보부상님께서 전해주신 마지막 오사카 한정. 정확히는 오사카 우메다한신 한정의 나니와 알라뷰. 143을 보자마자 I love you가 떠오른 고인물. 삐삐세대 암호인데 이걸 아직도 쓰는구나. 728은 나나 이치 하치라서 나니하? 이런식으로 썼나보다. 왜 나니하가 아니고 나나와인지는 모르겠음. 그리고 왜 ‘무엇은 알라뷰’ 같은 해괴한 이름인지도 모르겠는데 찾아보니 오사카의 옛 지명이 나니와라고 한다. 그래서 ‘오사카 알라뷰’라는 뜻이라고. 오사카 아저씨로 빙의해서 그런걸 알겠냐! 빽 하고 싶은 심정이다.

개봉하면 진짜 복잡한 웃음이 터지는데 망고향과 함께 복잡한 향이 잔뜩 올라오면서 정말 별별 재료가 다 들어있다. 이게 뭐야 싶어서 앞을 보면 오렌지와 망고로 향을 입힌 오사카 거리처럼 밝고 활기찬 차라고한다. 뒷면을 열심히 번역기 돌려보니 드라이망고, 로즈페탈, 오렌지필, 해당화, 마리골드, 노란잇꽃이 들어갔습니다. 라고. 오사카는 정말 열심히도 섞나보다. 점점 알 수 없는 오사카의 이미지. 생각보다 망고는 향만 입혀져있어서 보이기론 그냥 꽃밭 블랜딩이다. 여기에 오렌지필이 꽤 큼직하게 여럿 들어있어서 트와이닝의 레이디 그레이 처음 봤을때 인상이 떠오른다.

300ml, 6g, 2.5분. 로즈페탈이 진짜 옛날 장미차 마냥 작은 꽃이 봉우리째 들어가고 큼직한 해당화 잎이 너풀거리니까 비주얼은 정말 압도적이다. 오랫만에 티포원에 우렸는데 뚜껑열고 보인 가련한 꽃잎에 뭔가 마음이 뭉클하다. 그리고 꽃을 때려넣어 그런지 earthy한 ㅋㅋㅋ 향이 난다. 엑, 혼또니? 한 모금 마셔보니 흙맛! 새콤함! 달달하고 복잡한 꽃향기! 모든것이 소용돌이친다. 약간의 수렴성과 함께 민트향도 느껴진다. 처음엔 약간 어이가 없어서 허허헣 웃다가 생각해보니 오사카 (여자)친구들에게 설레는 로망이 느껴졌던게 이런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매력이 숨김없이 발산되는 점 때문이지 않았던가. 와 맞네 오사카. 이거 향이 뭔데 그라노. 맞다 맞아 이거야말로 첫사랑의 향이다.

마시고보니 이 차, 여름밤에 잘 어울리는 차인데 달달하면서도 꽃향기가 짙은 초여름에 손잡고 산책하던 그 시절 청춘의 맛과 향이다. 급하게 아이스티를 만들어본다. 100ml, 3g, 2.5분, 얼음 가득한 컵에 따라냈다. 과자 한 조각으로 입에 남아있는 꽃밭을 지워내고 아이스티를 마셔본다. 공기중에 어지럽고 화려하게 떠돌던 향이 차분하게 정리되어 향긋하고 상쾌하다. 좀 더 나긋나긋하고 조곤조곤하게 다채로운 향이 다가온다.

모든걸 쥐어짜낸 청춘의 그 어떤 무엇 같은 그런거 같은 젖은 찻잎들

나니와 알라뷰. 이름이 왜 사랑해인지 알 것 같은 차였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