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넘 앤 메이슨에서 찰스3세의 대관식 기념 제품군 (coronation collection)을 출시했습니다. 티웨어부터 샴페인, 커피, 케이크, 등등 많은 제품이 출시되었고 홍차로는 다즐링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출시 한달여만에 한국에도 그 다즐링이 수입되어서 주중에 겟또.

통관과정에서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는지 온몸에 스티커가 발라져 있습니다. 식품정보 등등 틴케이스에 붙어있는 스티커들을 보니 그 옛날 직구가 없던 시절 생각이 납니다. 생각해보면 여행다니면서 하나씩 사오고 지인들이 사다주고 하느라 한국에 정식 통관된 홍차를 참 오랫만에 사보는것 같습니다. 유기농이라고 써있는 부분에 스티커가 붙었습니다. 아마 어른의 사정으로 한국에선 유기농 표기가 어려운것 같네요. 라벨지를 다 떼어보면 이 차는 히말라야에서 시작되어 어쩌구 하면서 별 내용은 없습니다. 대관식을 기념하여 백로 디자인 넣었네요. 기념티이기 때문에 내용물도 내용물이지만 틴이 가장 중요한것 같습니다. 내용물에 충실하게 다시 이름을 붙이면 ‘포트넘 앤 메이슨 유기농 다즐링 새컨 플러시’ 정도로 하면 될것 같습니다. 다즐링 세컨 플러시라니 대관식 어쩌구 라인업인데 좀 많이 대중적입니다. 뭔가 다른 상품이 더 있나 싶어서 다시 찾아보는데 찰스왕이 다즐링파라고 하네요. 게다가 꿀(?)을 넣은 밀크티(????)로 마신다고.. 왕의 취향이라고 하니 더는 할말이 없습니다. 쨌든 아이템 선정엔 문제가 없군요.

다즐링을 200g이나 산다는건 상당한 각오가 필요한 일입니다. 열심히 먹어서 하루 5g씩 잡아도 40일이나 걸린다구요. 좀 마신다 싶을때도 50g이면 보름은 마십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두달. 하지만 상미기간이 제조일로부터 3년이에요. 스트레스 받지 말아야겠습니다. 정 안되면 8g씩 넣고 밀크티 만들거에요. 서민이라 입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뚜껑 오픈.

열자마자 잘 만들어진 다즐링 향이 납니다. 적당히 구수하고 희미하게 풀향이 납니다. 다원 퍼스트 느낌과는 다르고 그냥 적당한 다즐링. 차의 크기도 적당히 절딴이 나있습니다. 롤링이 이게 맞는건가 대관식의 품격에 비하면 좀 그렇지 않나 싶지만 역시 히말라야 인부들의 고된 삶을 생각하며 만족하기로 합니다. 근데 제 6만5천원을 생각하니 좀 그렇네요. 딴 생각이 들기전에 1스푼, 300ml, 2분 첫잔을 합니다.

깔끔한 다즐링입니다. 머스킷이 코를 타고 넘어오거나 하지는 않지만 깔끔합니다. 영국느낌 나도록 빵과 잼을 곁들여봅니다. 아주 잘 어울립니다. 티푸드에 잼이 들어갔는데 잘 어울립니다. 무척이나 남성적인 다즐링입니다. 문득 제가 처음 홍차에 입문했을때가 생각납니다. 그때도 여왕님은 할머니셨죠. 하지만 왕실 어쩌구 하는 티가 이렇게 직선적이고 단순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뭐 이미 잘 기억도 안나는 옛날 일이지만요. 다시 현실로 돌아와 대관식 기념 틴을 봅니다. 입에선 그 옛날 남대문 상가에서 사왔던 위타드 다즐링의 맛이 납니다.

우린뒤의 잎을 보면 썩 나쁘지 않습니다. 그저 제 기대가 너무 컸던것이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keep calm and drink tea 해야할 시간입니다. 무난하고 깔끔한 대관식 기념 다즐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