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된 골든룰을 버릴줄도 알아야
두달여 전 지인께서 루피시아 보부상을 해주신 시기와 맞물려 갑자기 홍차에 입이 터져 하루에 몇 팟씩을 부어라 마셔라 하던중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말았다. 라벨지에 나와있는 찻잎 2.5-3g 기준이 150ml이었던 것. 못해도 20여년을 너무도 당연하게 333룰, 그러니까 3g, 300ml, 3min 골든룰을 기본 베이스로 생각해왔는데 뜬금없이 물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보통 티 메져 한 스푼이라고 시음기에 적긴 하지만 차를 뜨면서 적당히 깎아서 넣거나 수북히 넣거나 차를 보고 판단해서 넣긴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한 스푼이 3g정도 아닌가? 그래서 브로큰 가향차를 평소 넣는 만큼 계량했더니 약 4.5g이 나왔다. 5~6g에 전혀 미치지 못함. 근데 그 정도로 맛이 벗어난다면 그걸 마시면서 모를수가 있나 싶었던 거다.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세상이 변해서 4g, 200ml, 3min으로 국제적 입맛의 기준이 바뀐건지 당황스런 마음에 검색을 엄청 해봤는데 아직까지 세상은 그냥 취향것 드세요의 세상이었다. 심지어 2g, 400ml, 3min에서 시작하시라는 이야기도 있던걸. 당연히 티팟분량 (이것도 참 옛날 표현이 되었더라) 더해준다고 생각하면 물보다 적게 들어가는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차마다 좀 다르겠지만 크게 튀지 않는 가향의 경우, 루피시아의 알폰소 망고같은 애들은 6g이상 넣고 300ml 했을때 별 다른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로제로얄 같은 튀는 친구들은 확실히 진한게 느껴짐. 위타드 피카딜리는 좀 놀랐는데,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히비스커스가 주스인가 싶을 정도로 진하게 나와 그동안은 뭘 먹었나 후회하고 있다. 유독 그 팟에서 진했던거긴 해서 이후로는 좀 위로가 되었지만. 로얄블랜드나 다즐링 같이 가향이 없는 상태에서는 정직하게 두 배 라는 느낌. 패닝의 경우 6g 꽉 채웠더니 오랫만에 배가 아팠다. 1.5분 짤랐는데도 이건 정말 아님. 암튼 너무 습관적인 브루잉은 피하고 좀 다양하게 시도해봐야겠단 생각은 든다. 우선 시음기는 되도록 권장사항을 계량해가면서 작성해보고 마시는건 300ml 기준 3, 4.5, 6g 시도해보고 고르는 걸로.
그림이 없어 올리는 메로나 반찬에 다즐링. 저 지구본 티팟은 버팔로 시절에 샀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2009년 여름에 샀다고. 이제 14년을 꼬박 함께 했네.
참고로 최근에 하리오 점핑티팟 샀다. 이제 첫잔 끝잔 안가림. 딱 타이머대로. 서버를 따로 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