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한정인 벳핑상을 마셔보았습니다. 역시 지인을 통해 줍줍. 엔저 사랑해요.

벳핑상은 녹차 베이스의 베르가못 블랜딩입니다. 오사카의 건강하고 귀여운 벳핑상 같은 차라고 하는데 벳핑상은 별품씨, 그러니까 미인이나 값진 상품님 같은 차 입니다. 핑크페퍼, 별사탕 이런게 들어있습니다. 일단 그렇구요. 얼그레이의 인기가 워낙 높다보니 이런 녹차 베이스의 베르가못 블랜딩이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는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녹차에 이게 잘 어울리는건지 늘 의문이긴 합니다.

개봉하자마자 베르가못향이 코를 뽝 찌릅니다. 오렌지향이 좀 강한 베르가못입니다. 정신이 없어서 건엽사진이 없습니다. 왜냐면 건엽을 봤더니 분쇄도가 엄청납니다. 그리고 베르가못이 너무 강해서 녹차의 향은 찾을수가 없습니다. 이걸 어떡하지 싶은 고민이 먼저 들었습니다. 물은 살짝 식혀서 80도쯤 언저리에서 2분 우렸습니다. 엑.

도넛이랑 같이 먹었습니다. 아니, 차를 마시고 나니 도넛이 먹고싶어졌어요. 얼그레이나 레이디그레이 같은 그런 베르가못이 아니고 이건 그냥 베르가못티 입니다. 녹차 없음. 그냥 베르가못. 첫잔이라 그런가 싶어서 기다려가며 두번째 세번째 잔을 먹은 뒤 알게 되었습니다. 이건 뭔가 단단히 잘못 됐어. 도넛으로 차를 지워가며 마셨습니다. 녹차의 맛을 느껴보자니 처음에 치고 들어오는 베르가못 맛에 이어 연하게 녹차의 맛과 수렴성이 아주 잠깐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런데 처음에 치고 들어갔던 베르가못의 맛이 뒤에 확 올라오는 향과 합쳐지면서 그냥 베에에에에에에에에르가못입니다. 미쳐버린 베르가못. 그리고 잔에 이끼마냥 녹색 얼룩이 남아버립니다. 이건 수색이 좀 탁할때부터 알아봤는데 지금보니 녹즙이네요.

녹차니까 왠지 그렇잖아요, 개완으로 마셔보고 싶은 느낌이요. 어찌나 가루가 지는지 미역국 마시는줄 알았구요, 개완 안쪽이 초록색으로 바로 물들어버립니다. 웃기는게 어느 온도에서나 차는 사라지고 베르가못 물이에요. 온도, 물 양, 시간 다 바꿔봐도 저는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순식간에 15그람은 쓴것 같아요. 급랭까지 시도해보았으나 실패. 마지막으로 냉침까지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포기하려고 합니다. 솔직히 차 맛이 1도 없어서 냉침이 의미가 있을까 싶은데.. 우연히 알았는데 아몬드를 겯들이면 화장품 내지는 향수탕의 느낌이 약간은 줄어듭니다. 애초에 그냥 얼그레이를 마시지 왜 이걸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네.

유부남인 탓일까요. 오사카의 미인이 저에겐 도통 매력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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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7월 17일에 추가합니다. 드디어 차 맛을 끄집어내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뚜껑없이 다시백에 넣어서 1.5분 뜨겁게 우리고 다시백 바로 건졌습니다. 다시백은 털거나 짜지 않기. 차 맛을 끄집어내긴 했지만 베르가못과 녹차의 벨런스는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애초에 녹차랑 베륵가못이 잘 맞는지를 진짜 모르겠어요. 대략 20그람 남기고 뱃핑상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