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보부상님이 가져다준 루피시아의 홍차. 실론・딤불라 ~몬순의 은혜~

작명 진짜 미쳐버릴것 같다. 물결 부제 표시도 진짜… 타이핑 하면서 혼모노가 된 기분. 얼른 겉봉을 보자. 손씻고 바로 집어서 물이 좀 튀었네. 실론의 명산지 딤불라의 블랜드로 빠져드는 향과 프루티한 맛이 매력이라고 한다. 프루티? 그건 잘 모르겠으나 딤불라는 언제나 믿고 마시는 깔끔함의 정석이기도 하고 홍차라고 했을때 떠오르는 스탠다드의 느낌이라서 좋아한다. 밀크로도 아이스로도 오케이라고 하는데 실론이니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핫티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실론의 정석적인 맛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스트레이트만 마실것 같다.

거창한 이름과는 다르게 패닝이라 좀 실망. 겉면에 1-2분 써있을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오랫만에 실론을 마셔보고 싶은 마음에 좀 들떠있었다. 물 300ml에 6g은 너무 오바인것 같아서 적당히 4~5g 사이로 넣어주었다. 건엽에서 나는 빠싹 마른 홍차내가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초심을 일깨워주는 향. 진짜 나는 어쩌다 이렇게 주구장창 홍차를 마셔대는 걸까. 한참을 쉬었지만 돌아올 수 밖에 없는 무언가가 있다. 물을 잘 맞췄는지 워밍이 잘된건지 뭔지 암튼 점핑도 엄청 잘 되어서 넋놓고 바라보다 1.5분을 살~짝 넘겼다. 패닝이 점핑 잘되면 보기가 좀 황홀하다.

실론답게 오렌지빛이 살짝 도는 홍차색으로 꽤나 맑은 느낌인데 향에서 부터 약간의 탄닌이 느껴지는듯 하지만 막상 입으로 들어가면 수렴성이 기분좋게 느껴진다. 당연하겠지만 잔이 식어감에 따라 갓 따라낸 뜨거운 한 모금과 잔의 마지막 한 모금은 맛의 차이가 큰 편이다. 처음엔 의외로 여리여리 부드러운 맛에 남국의 바람이 느껴지는듯 하지만 차가 고작 몇도 식어감에 따라 서서히 무거워지고 떫어지는 것이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티푸드나 간단한 다과를 곁들이기엔 오히려 좋은 정도까지만 떨어지고 그 아래로 내려가 밀크를 부르는 맛까지는 변하지 않는다. 수렴성에 비해 향이 깊은 편.

조금 더 진하게 우려서 300ml, 6g, 1.5분으로 벌꿀 잔뜩 올라간 크로플과 함께 마셔본다. 홍차에 꿀을 곁들이는건 고대로부터 금기시 되어온 흑염룡을 소환하는 조합이지만 빈혈이 있는것도 아니고 탄닌 충분히 섭취중이니 신경쓰지 않고 먹도록 한다. 진한 홍차 본연의 맛과 향에 끈덕한 벌꿀이 달달하고 향긋하게 넘어가면서 깔끔하게 입안을 정리하고 마무리된다. 킹 찰스가 다즐링에 우유랑 꿀 타먹는다고 했을때 정말 이상한 조합이라고 했던거 취소. 벌집 꿀을 같이 안먹어서 그랬었구나. 이거 정말 맛나다.

패닝이라 엽저 사진이 좀 똥같이 나왔지만 첨부하면서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