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시아 1870. 참라지 페코 2024

닐기리 시리즈를 사 온 지가 너무 오래되었는데 시음기가 뜸해서 혹시 기다리신 분이 계신가요.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궁금함을 견디고 계신 분들이 계실까 봐 다 마신 지 두 달이 넘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닐기리 참라지 시음기를 마저 써본다. 그냥 지우자니 이미 써놓은 메모들이 많아서 마무리를 해보는 걸로. 참라지 다원의 닐기리 햇차가 무려 페코등급인데 50g 봉입으로 딱 1000엔이다. 상미기한은 넉넉히 제조일로 2년.

닐기리 참라즈

닐기리 특별 라벨이 붙어있는 참라지 닐기리. 페코 2024라고 한다. 맛있겠다.

라이무 오 오모와세루 소우카이 나 카오리, 죠우시츠 데 아마미 노 아루 아지와이. 리프레쉬 니모 오스스메 노 슌 노 니루기리 코우챠.
라임을 연상시키는 상쾌한 향기, 고급스럽고 달콤한 맛. 리프레시에 추천하는 제철 닐기리 홍차.

기본적으로 시트러스 한 노트가 포함되나 보다. 아마도 부드러운 느낌에 약간의 단맛과 산미가 느껴지고 닐기리의 향이 후운으로 돌게 되는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아무튼 참라지 다원의 이름을 걸고 나오는 차이니 특징적인 부분이 있을 것이라 기대가 많이 된다. 공홈에서 확인해 보면 레몬티 라벨이 붙어있다. 레몬과 함께 마시면 궁합이 좋은 약간은 실론과도 같은 풍미가 기대된다.

의외로 심심했던 향

봉투를 열자 다른 닐기리들이 고소한 감칠맛을 기대하게 하는 아주 옅은 참기름향을 냈다면 조금 더 발효된 마른 홍차향이 짙다. 다른 의미로는 꽤나 평범한 홍차향. 건엽을 덜어내자 짙게 발효된 찻잎들이 쏟아져 나온다. 홀리프는 아니지만 꽤 큰 사이즈의 잎들이다. 닐기리 퀄리티와 비교해 보자면 풀내는 거의 나지 않는 홍차향에 잎은 훨씬 크게 썰려있는 느낌으로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는 정도이다.

괜찮게 찍은 사진이 없네

6g을 300ml, 100도씨의 물에서 2.5분간 우려냈다. 은은하지만 풍부한, 부드러운 느낌의 홍차향이 티팟 밖으로 넘쳐난다. 향의 볼륨감은 합격. 한 모금 따라서 마셔보았다. 순딩순딩하기 그지없는 게 내가 6g 넣은 게 맞나 싶은 아주 순한 맛인데 의외로 뒤끝이 바짝 서서 수렴성이 살짝 있다. 틀림없이 넣었군. 닐기리의 특징으로 따지자면 카일베타 > 퀄리티 > 참라지 순으로 특색이 점점 옅어진다. 그냥 평범하게 괜찮은 홍차인데 실론인가 싶다가도 풍미나 아로마가 그냥 그런 아쌈스럽기도 하고. 기대치가 커서 그렇지 밸런스가 상당히 괜찮다. 임팩트는 약하지만 기본적인 볼륨감이 충분해서 그런 듯. 레몬티 라벨이 붙어있는 만큼 레몬을 넣었을 때 궁합은 상당히 좋다. 어딘가 약하다는 느낌이 강하던 참라지가 레몬과 만나는 순간 텐션이 확 올라간다. 반전과 갭차이가 재미있었던 차.

참나물

다 마신 지 두 달이 훌쩍 넘는 차를 기억을 더듬어 시음기를 쓰려니 뇌가 감당을 못하는 것 같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한참 전이라 기억을 뒤지다 보니 뭔가 아득하다. 참라지, 참나물. 모르겠다. 아무튼 봄이었고, 이젠 가을이 오고 있으니까 옛날에 마신 참라지 얘긴 여기까지.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