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를 날려 폭죽을 더 크게 터트려
지난번 마셨던 고카세 다원에서 근처의 강을 따라 내려오면 타카치호라는 동네가 나오는데 오늘 마셔볼 차는 바로 그 타카치호의 녹차이다. 특히나 미나미 사야카라는 품종을 사용한 녹차인데 애초에 덖음차에 적합하도록 개발된 품종으로 달달하게 자스민향 같은 꽃내음이 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미나미 사야카는 요즘은 녹차보다는 우롱차나 홍차 쪽으로 산화를 좀 시켜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새로 개발된 품종으로 만든 차라고 하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녹차밭의 품종들이 대부분 일본에서 들여왔던 걸로 알고 있기 때문에 한번 비교해보고 싶기도 하고. 수량 한정이라 일단 담고 보부상님께 구매를 부탁드려 봤다. 50g 봉입에 1400엔. 루피시아에선 꽤나 높은 가격대에 속한다.
역시나 고급진 라벨이 붙어있는 신차. 그리고 온도가! 85-90이라고 명확하게 써있다. 대박적. 침출은 1~2회라고 한다. 용출이 1~1.5분인데 횟수가 한두 번이라면 좀 내포성이 떨어지는 거 아닌가 싶은데.
신와 노 고 타카치호 데 추쿠라레루 자스민 니 모 니타 하나 노 카오리 또 호노카 나 캄키츠 코 와와세모츠 카마이리 신차 노 이삥
신화의 고향 타카치호에서 만들어진 자스민과 비스무리한 꽃향과 약간의 감귤향을 가진 덖음 신차의 일품
자스민에 감귤향? 와우. 뭘 어떻게 하는 거지? 품종 자체의 특성인지 제다법의 성과인지는 모르겠으나 기대감이 상승한다.
개봉해 보면 고카세처럼 고소한 향이 확 올라오진 않는다. 2000엔의 감동이란 게 그런 거였나. 아무튼 좀 더 마른 향이고 은은한 향이다. 줄기가 꽤나 들어있어서 좀 놀랐는데 아무래도 미나미 사야카라는 품종이 센차 공정에서 최대한 덜 바꾸고 덖음차를 만들기 위해 개발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본다. 언듯언듯 보이는 갈색빛이 약간의 산화도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무래도 센차의 풍미보다는 덖음차에서 느낄 수 있는 꽃향기 같은 아로마에 더 집중을 했을 테니 말이다. 나중에 보겠지만 원래 품종이 그런 색상을 갖는지도 모르겠고. 한참을 구경하게 되는 건엽이다. 고카세에 비해 동그랗게 말리지 않은 것도 특징. 추천 온도의 경우도 고카세에 비해 5도~10도 더 높은 듯한데 뜨겁고 빠르게 우리는 덖음 녹차라니 정말 낯설다.
5초 정도 짧게 세차하고 5g, 150ml, 80도의 물로 40초 우려낸다. 첫인상이 아주 짙고 강렬하다. 고카세가 수색에 비해 연하고 은은했다면 미나미 사야카는 거의 에스프레소급이다. 여러 가지 의미로 폭발적인 향이다. 일단은 그 화려함과 짙은 향이 폭발적이고 한편으로는 어딘가 정리되지 않은 날것의 강렬함이 폭발적이다. 그렇게 강렬했던 향을 삼키고 나면 갑자기 정색하며 나 덖음 녹차인데? 하면서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모드로 전환된다. 고카세에서 느꼈던 우롱우롱한 느낌은 아니다. 고카세에서 느껴지는 구수함과 감칠맛이 은은함 속에 꽉 들어찬 느낌이라면 미나미 사야카는 펑하고 터진 뒤 연기처럼 흩어지는 구수함과 감칠맛이다. 물론 그런 재미도 있는 법이지만 문제는 재탕까지 겨우 유지되는 자스민향이다. 3포째부턴 맛이 나쁘거나 향이 없는 느낌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입에 차는 느낌이 없다.
엽저의 특징이 아주 뚜렷한데 군데군데 저렇게 불에 그슬린 것처럼 빨간 부분들이 있다. 제일 궁금한 부분. 건조 전후에 한쪽방향만 엄청 발효(산화)시킨 건지 뭔지 모르겠다. 다른 미나미 사야카, 그러니까 우롱차나 센차 만든 엽저에도 간혹 저런 거 같던데 잎에 홍사선이 원래 있는 건지 볼 때마다 좀 신기한 부분이다.
시기상으로 고카세보다 미나미 사야카가 더 먼저 발매된 걸로 아는데 제품 개발방향이라던가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만한 차였다. 폭탄 같은 열혈녹차 타카치호 카마이리 신차 미나미 사야카 2023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