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가 누리던 일상은 모두 무너졌습니다.

친구와의 만남도 가족과의 나들이도 못 하게된 지 벌써 몇 주가 넘었습니다. 부득이하게 마주쳐야 하는 직장의 동료들, 업무상 마주 봐야 하는 사람들마저 불안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마스크 없이는 눈치가 보여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극단적인 격리가 당장의 방역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런 생활이 과연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요? 우리는 결국 일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짧은 기간 모두가 극단적 격리에 협조하는 한편, 감염병에 대처하는 새로운 일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합니다. 폐쇄된 공간에 여러 사람이 같이 있는 것, 얼굴 마주하고 말하는 것, 음식을 공유하는 행위 등을 피해야 합니다. 마치 내가 감염자인 것처럼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때 바이러스는 확산됩니다. 내가 알았을 땐 이미 늦습니다. 전파자가 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파자가 되지 않는 일상을 만들려면 뭘 해야 할까요.
1. 사람과의 거리를 유지하세요. 사회적 거리라는 용어가 다른 사람과 서먹하게 지내고 모임 갖지 말란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지만, 그 이전에 심리적 안정을 위해 모르는 사람과 유지해야 하는 물리적 거리를 뜻하기도 하죠. 한국은 사람 사이의 간격이 짧은 편입니다. 붙지 마세요. 자동차 한 대 지나가도 될 만큼 떨어지세요.
2. 대화할 때 입을 가리세요. 손수건도 좋고 냅킨도 좋고 뭐가 됐건 입을 가리세요. 사람은 발성할 때 반드시 침이 튑니다. 입을 가리세요. 그리고 그 손으로 뭘 만지지 마세요.
3. 손을 씻으세요. 수시로 씻으세요. 마스크보다 훨~~씬 많이 팔려야 하는 게 비누와 핸드크림입니다. 손이 다 터서 핸드크림 없이 못 살 정도로 씻으세요. 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공공장소에서 무언가를 만졌던 손은 반드시 씻어야 하는데 그 정도면 핸드크림이 반드시 필요한 정도입니다. 손 벗겨진다고 불평하지 마세요. 그동안 내가 참 안 씻었구나 생각하세요.

이런 일상은 어떤 그림일까요.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게 되면 대각선으로 각자 테이블에 앉아서 각자 음료를 앞에 두고 입을 가리고 대화해야 합니다. 식사 자리는 피하거나 각자 음식이 따로 나오는 식당에서 마찬가지로 마주 앉지 말고 대각선으로 앉아서 입을 가리고 말하세요. 흔히 생각하는 술자리는 갖기 어렵습니다. 대각선으로 앉아 입 가리고 각자 안주, 각자 술 마시면서 입 가리고 대화하는 술자리가 상상이 되시나요? 독서실처럼 오밀조밀 모여있는 사무실은 책상 뚝뚝 떨어뜨려야 할거구요, 회의 시엔 가벼운 덴탈 마스크 정도 사용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아프면 열흘 이상 자가격리하면서 증세가 없다는 걸 확인해야합니다.

물론 비현실적이고 거부감이 들겠지만 이런 물리적 거리 두기가 암묵적으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격리생활 외엔 인류가 대처할 방법이 당분간은 없을 겁니다. 내가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 물리적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서로 원칙을 지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켜야 할 수칙들은 거부감이 들어서 지키지 않으면서 모든 게 다 두렵다면 그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없겠죠.

오랜 격리생활 뒤에 새로운 일상은 내가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배려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부디 감염병의 확산이 줄어드는 새로운 일상이 오길 바랍니다.

https://www.barkerlibrary.org/keep-calm-and-wash-your-ha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