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서너달 건담을 조립했다. 여름에 ‘하트시그널 시즌3’를 보다가 한 출연자가 데이트에 건프라를 들고와서 조립을 했고 그걸 보다가 나도 한때 조립(프라모델)을 참 좋아했었는데 싶어서 찾아보게 되었다.

그래봐야 미취학아동 시절 비싸봐야 천원짜리 몇개를 해봤을 뿐이고 파츠가 20개를 넘지않는 간단하고 조악한 것을 해봤을 뿐이었다. 나이먹고 찾아본 프라모델의 세계는 늘어난 내 소비만큼이나 크고 멋진게 많았다. 그리고 이제는 프라를 사와도 환불하라고 혼낼 사람도 없고. 그래서 크고 멋지고 손에 본드 덕지덕지 묻지 않는 건프라를 조립하게 되었다.

하나씩 만들어가다 보니 어느덧 깔끔하고 완성도 있게 조립하려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놀자고 시작해서 왜 스트레스를 받고있나 멍청하다 싶어서 또 언젠가부턴 대충하자 대충하자 주문을 외웠다. 그래서 마지막 조립 서너개는 완성도가 엉망이다. 게다가 데칼작업이나 먹선도 넣지 않아서 정말 볼품이 없다. 이래저래 큰 애정 없이 만든게 티가 난다.

MG로만 열 몇개를 맞추고 나니 이젠 공간도 없고 해서 시큰둥해져 버렸는데 이번에 정리하면서 몇 가지 생각이 들어서 정리해두려고 한다.

  1. 건프라는 파츠정리, 조립, 먹선 및 데칼, 포징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완성 후 재미가 훅 떨어지게 된다. 뭐 사람마다 다를수도 있겠지만 모든 단계를 거치는게 실제로는 재미에 비해 너무 신경쓰이고 힘들다. 그래도 그걸 다 이겨내야 나중에 다시 만져도 만질 맛이 난다.
  2. 우주세기 이후 기체들은 날개나 더듬이로 승부를 보는 경향이 강하다. 솔직히 본체만 놓고 보면 그닥 멋지진 않다. 이건 또 소위 버카같은 화려한 리파인이 없어서 그런 탓도 있는거 같지만 본체보다 백팩이 화려한 케이스가 훨씬 많아서 뭐랄까 오리지널리티가 떨어진다.
  3. 반대로 우주세기 초창기 기체들은 너무 심플해서 심심한 경향도 없지 않다. 퍼건&쟈쿠와 뉴건담&사자비 비교해보면 그냥 스케일이 다르다. 그럼에도 오리지널리티에서 오는 멋짐은 뭐 어쩔수가 없다.
  4. 멋짐의 순위를 매겨보자면 뉴건담, 사자비, 더블제타, 퍼건, 유니콘으로 순위를 자르겠다. 시난주, 시난주 스타인, 발바토스 정도는 넣어줘도 될거 같긴 한데 그러자면 마크투도 넣어줘야하고 일이 복잡해지니 저렇게 자르는게 맞다고 본다. 그래서 결국은 UC가아니면 안되는걸로.

시큰둥해졌다곤 했지만 돈과 시간만 허락된다면 언리쉬드 퍼건은 꼭 맞춰보고 싶고 카토기 버전 중에서 풀아머 이런거 말고 시난주, 윙건담처럼 기본 기체 나오는거는 맞추고싶다. 돈과 시간과 공간의 문제다 이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