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쥬에서 선보이는 파리의 파란 왕실차
일본에서 가장 기대가 되었던 일정 중 하나였던 마리아쥬 티룸 방문. 긴자에 들렀으니 너무도 당연하게 파리-긴자를 마셔보려 했건만 마침 품절이라 우연히 고르게 된 것이 바로 패리스로얄이었다. 패리스로얄은 Thé bleu라는 분류로 표시가 되어있었는데 이게 단순히 청차(떼 블루)가 아니고 트레이드마크 등록까지 된 상표로 버터플라이피를 넣어서 수색까지 파랗게 만든 청차블랜딩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아직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마르코폴로 블루라던지 오페라 블루 등에 바로 이 Thé bleu가 붙어있다. 보통 Thé bleu의 시음기 사진은 쨍한 파란색 차를 만들어 사진 찍곤 하는데 그건 베이스티의 색이 우러나기 전에 버터플라이피색 위주로 짧게 우려 서빙한 것으로 이걸 이렇게 마시는 게 맞나 싶은 고민을 오래 하다가 티룸에서도 회색빛이 되도록 컬러 신경 안 쓰고 맛에 기준을 두었던 게 생각나 베이스가 함께 우러나는 것을 기준으로 두었다. 이후 사진의 수색이 다른 자료와 다르더라도 그런 점에서 이해하면 좋겠다. 아무튼 Paris Royal이고 100g, 4968엔. 아마도 50g만 사 온 듯.
봉투를 개봉하면 약간 흙내음 같은 향이 올라오는데 바싹 마른 드라이플라워 같은 향이랄까 그런 게 난다. 약간은 좀 스모키 한 느낌. 농향우롱과도 조금은 다른 탄배향이 있다. 건엽을 보면 동글동글 말려있는 청차들 사이로 꽉꽉 웅크린 블루플라워들이 보인다. 씹어먹어서 알 수 있는 게 아닌지라 정확히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파란 수색을 내는 꽃 중엔 버터플라이피를 가장 닮았다. 토핑이랄 것도 없이 심플한 블랜딩이다. 뭔가 가향이 들어가긴 간 거 같아서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유자 가향이 되었다는데 기본적인 청차와 꽃의 향을 상승시키는 역할로 아주 소량이 들어간 느낌이다. 아니면 유자 에센스다 보니 유자향보단 에센스 오일 성분 위주여서 그런지도.
Thé bleu는 수색이 중요한 차이니 블루블루한 모습도 일단은 찍어놔야겠지. 6g, 300ml, 90도 느낌으로 2분 우려내었다. 파란 수색에 우롱차의 노란 수색이 우러나기 시작하면서 마치 흙탕물 같은 색이 되고 마는데 반대로 말하면 왼쪽의 파란 차는 티베이스는 거의 우러나지 않은 꽃차에 가깝다는 이야기. 그런데 애초에 베이스 티가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은 친구이고 재탕이 멀쩡하게 잘 되기 때문에 요즘은 1분 컷으로 파란 수색을 한번 즐기고 느긋하게 재탕을 2분 이상 우려서 마시기도 한다.
사진 찍겠다고 각 잡는 날엔 파란빛이 잘 안 나오더라. 그날그날 숟가락질에 의해서 블루플라워가 많이 들어가면 파란색이 잘 뽑히는 편이고 그렇지 않으면 예쁜 색이 나오진 않는다. 블루티 절망 편.
그러다가 어느 날은 뜬금없이 성공을 하기도 한다. 제일 잘 나온 사진으로 교체. 아무리 파란색으로 잘 나와도 잔이 깊어지면 사진으로는 또 회색빛이 돈다. 뭐, 사진은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고. 농향이라면 농향일 수 있겠는 스모키 한 향이 강한 우롱차에 약하게 시트러스향이 감돈다. 흡사 스모키 얼그레이와도 비슷한 향인데 얼그레이까지는 또 아니고 스모키 함도 그보단 절반정도 덜한 느낌이다. 하지만 청차 베이스에서 오는 전체적인 밸런스가 너무 비슷하게 이어지긴 한다. 베르가못 없이 베르가못을 느끼게 만드는 신기한 가향이다.
마지막 엽저를 보니 농향우롱이 맞나 싶지만 불분명한 정보이다. 그런 것보다 일단 파란 수색의 나오는 모양새가 버터플라이피를 사용한 그것이어서 온도나 산성도는 그 기준에 맞춰야겠다. 80도 전후에서 색이 잘 나왔던 것 같고 시간은 짧게. 개완에선 대부분 실패했고 서양식으로 한 번에 우리는게 유리했다. 일단은 신기한 수색과 수색변화를 보기에 좋으니 손님용으로 좋을 것 같고 스모키 한 향을 시작하기 위한 차로도 좋은 정도라고 생각이 된다. 일단 비싸니까 혼자서 펑펑 퍼마시기보단 손님 계실 때 좀 귀하게 마실 생각이 든다. 취급이 어려운 점도 그렇고. 까다롭게 구는 푸르른 파리 왕실의 차를 능숙하게 내어주면 정말 대접받는 기분이 들지 않겠는가. 마리아쥬의 패리스로얄,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