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견딘다
진행중인 일은 한없이 더디고 나는 기다림에 말라가고 있다. 여기 무슨 수맥이 흐르는지 쓰려던 말을 자꾸 잊는다. 뚜껑열린 물티슈처럼 말라간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몸으로 느끼고 있다.
보통 이직을 하게 되면 퇴사하는 직장엔 2주, 이직할 직장엔 4주~한달을 이야기해서 조정한다고 한다. 그리고 중간에 남는 기간 1~2주를 쉰다고. 중간 휴식이 주어질지 어쩔지는 모르겠으나, 일주일 정도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누워있어야겠다. 그리고 이틀정도 건프라를 만들어야지.
마침 쇼팽콩쿨 예선이 진행중이어서 다행이다. 모든 예선을 유튜브에서 라이브로 보여주고 있는데 라이브는 못 보고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세상엔 굉장한 사람들이 정말 많아. 모두들 혼신의 힘을 다해 쇼팽을 연주하고 무기력하게 온 몸이 달아오른 나는 음악이 들리는 동안 잠시나마 들리는 그대로를 뜯고 씹고 갖은 까탈을 부려본다. 그럼에도 시간은 느릿느릿 모니터를 더듬어 도저히 하루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지만.
질식할 것 같은 하루하루 속에 무언가를 이렇게 까지 하염없이 기다려본게 석사 어드미션 기다리던 절망의 졸업시즌 이후 처음인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때도 하루 종일 누워서 음악만 들었다. 작년 이맘때도 너무 무기력하고 말라가는 기분이어서 필사적으로 건프라를 만들었고. 그러고보면 매일 출근해서 같은걸 겪고 있는 지금이 정상일리 없는거다. 그렇게 매일 나를 달래가며 견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