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험한 인플루언서의 길이지만 그게 내 본능이라면 어쩔 수 없지
회사 조직 단합 뭐 그런 측면에서 팀 전체가 eDISC 검사를 받았다. 테스트 자체는 10분도 안걸리지만 깊고 자세히 분석하고 설명듣자면 1박2일을 꼬박 해야하는 그런 검사. 1년이 좀 넘은거 같은데 굉장히 기본적인 검사를 했을때 D:28, I:51, S:42, C:29 이런 프로파일이 나왔었다. 지금은 좀 뭐가 다를까.
eDISC의 특징은 오른쪽의 profile 2 그래프에서 보여주는 내면에 깊이 존재하는 무의식중의 가장 편한 상태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인데 의외로 내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내 상태는 D와 I가 비슷하게 굉장히 높은 상태로 나온다. 뭔가 방향을 설정하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끌고나가는, 자꾸 일을 벌리는 스타일이 알고보니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었던것. 내가 맞다고 생각되고 직관적으로 이거다 싶은쪽으로 사람들을 엄청나게 당기고 미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전문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한다. 전문성이 떨어지면 그냥 나대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스타일. 의외로 S가 떨어지는 것에 좀 놀랐다. S가 조금 섞인 DI에 C는 그냥 고자. 한마디로 꼼꼼한건 고자라는 소리.
최근의 (특히 직장생활을 염두하고 답하기 때문에) 내 상태는 극적으로 I만 사용하고 D를 극도로 낮추는, 그리고 SC도 낮추는 생활을 하고 있다. 내가 기획해서 추진하는 일들을 진행하다보면 항상 느끼는 것이 다른 사람들은 내가 제시하는 비전에 대해 관심이나 열정이 그렇게 크지 않고 나는 그들에게 제시할 근거가 많이 부족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작은 부분부터 만들어서 보여줘가며 천천히 사람들을 기다려주는게 일이 되어버렸는데 내가 가진 그림의 아주 일부의 일부의 일부만 살짝 보여주고 그만큼 따라와주기를 기다리면서 소통만 하는 상태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때로는 스스로 느끼기에도 굉장히 의욕이 저하되어있고 출근하면 그냥 앉아서 멍때리다가 차나 한잔 마시고 집에 갔으면 좋겠다의 상태로 비춰지기도 한다. 문제는 계속 이렇게 지내면 내 안의 D가 상처받고 스트레스로 인해 일상에 흥미를 완전 잃어버리는 나 안해 상태의 번아웃 아닌 번아웃이 오게 된다는 것.
그럼에도 좀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최근 회사에서 추진력을 많이 내려놓은 상태이지만 그럴땐 사역적으로 추진력을 사용하면 스트레스가 줄고 반대로 사역적으로 막힐땐 회사일에서 추진력을 내어 상쇄하면 되니까 여러모로 편하게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다음달부터 사역적으로 재미있는 일들을 좀 시작할 생각이다. 벌써부터 몸이 들썩들썩 한다. 이거, 본능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