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아름다움, 그것이 바로 리치
루피시아에는 가향 우롱차가 여럿 있는데 모모우롱, 그러니까 백도 가향의 우롱이 가장 유명하고 그 뒤로도 줄줄이 잘 알려진 우롱차가 있다. 모모우롱과 머스켓우롱은 이미 소개한 적도 있다. 그에 반해 묘하게 평가가 애매한 품목도 있는데 오늘 마셔볼 리치우롱이 그중 하나다. 인기나 평가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를 제시하긴 어렵지만 내가 본 제품번호만 서너 가지가 될 정도로 리뉴얼이 잦은 리치우롱인데 올여름에 새로운 번호를 달고 리뉴얼되어 나왔다는 모양. 차 곳간이 넘쳐서 올여름은 한정차고 뭐고 건너뛸까 하다가 뒤늦게 직구를 하게 된 이유 중 하나. 7-9월 계절 한정으로 50g 봉입에 1150엔. 상미기한이 제조로부터 1년이지만 여름 한정은 아이스티에 어울리는 경우가 많아 소비 속도는 충분히 빠를 테니 별 걱정은 없다.
별 다른 장식 없이 심플한 겉모습이다. 유독 사진도 깔끔하게 잘 찍혔네.
미즈미즈시이 라이치 노 아마쿠 하나야카나 카오리가 히로가루 죠우시츠나 타이완 우롱챠 데스. 아이스티니모 오스스메.
신선한 리치의 달콤하고 화려한 향이 퍼지는 고급 대만 우롱차입니다. 아이스티로도 추천합니다.
문산포종이라도 들어갔을까 싶은 설명. 가격대도 좀 있는 편이라 기본 차에 대한 기대감이 든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면 아이스티 추천 라벨이 붙어있다. 추천라벨 이야기를 가끔 하는데 쉽게 설명하면 ‘아이스티’라고 태그를 달아둬서 아이스티 카테고리식으로 정식 분류해 뒀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이스티 용도로 공식 추천한다는 마크.
봉투를 열자마자 리치가향이 딱 나는데 생과일에서 나는 향은 아니고 어쨌든 인공향이구나 싶은 향이다. 워낙 달달해서인지 휘발성의 인공향이 코를 때리진 않는다. 건엽을 덜어내면 통통한 우롱차들이 실하다. 구슬모양으로 말아놓진 않았다. 우롱차 외에 다른 토핑은 들어있지 않고 딱 가향만 되어있는 잎차. 우려 보자.
60ml쯤 되는 개완에 4g 좀 안되게 넉넉히 차를 넣고 90도 정도의 뜨거운 물로 우려냈다. 진한 리치 가향이 달디단 향을 짙게 뿜어낸다. 한 모금 마셔보니 약간은 장난스러운 것 같기도 한 달달한 리치향에 대만 우롱차가 역시나 달게 느껴진다. 단물과 감칠맛의 조화가 상당한 좋은 우롱차가 느껴진다. 리치향이 뭔가 좀 아쉬운데 과육 없이 가향만 들어가서 그런 건진 몰라도 리치 과육에서 나는 향이 아닌 리치 주스 같은 향에 가까워서 살짝 망고스럽기도 하고 어딘가 오락가락한 맛이 되어버렸다. 가향에 가려져서 그런지 내포성은 두 번 정도면 제대로 된 맛은 끝나는 느낌이고 최대 세 번까지 마시고 나면 네 포째부턴 밍밍한 느낌이다.
아이스티가 추천이니 안 마셔볼 수 없다. 개완에 우려서 얼음컵에 부어마시는 급랭을 했는데 급랭시엔 조금은 비릿한 향이 올라오면서 머스켓에 가까워져 버리는 향이 되었다. 어딘가 미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무래도 루피시아의 가향우롱은 냉침에서 그 매력이 극대화되는 법. 냉장고에서 5시간 이상 냉침을 해두고 역시나 얼음컵에 마셔보았다. 급랭에 비해선 훨씬 깔끔하고 정돈된 맛과 향을 보여주는데 어디선가 많이 마셨던 맛이다. 앗, 그래 이것은 차가운 버전의 타키비구나. 겨울 한정의 가향우롱 타키비는 지난겨울 연말연시에 마셨던 차로 수선을 베이스로 한 열대과일 가향이었는데 그냥 리치로도 충분히 비슷한 느낌을 내주는 것 같다. 망고나 패션후루츠에 가까운 맛이었던 것 같은데 그걸 차갑게 한다고 생각하니 그냥 리치향으로 수렴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리치우롱이 어딘가 불분명한 느낌이란 뜻도 되는 것 같다.
열심히 리뉴얼해 주었는데 어딘가 좀 시원스럽지 못한 결과가 되어버렸다. 리뉴얼이 잦다는 건 개발 난이도가 높아서 다시 개발하는 횟수가 많았다는 뜻일 테다. 역시나 쉽지 않구나. 유난히 실해 보이는 엽저가 아쉬움을 더한다. 하지만 여름은 또 돌아오고 이렇게나 리치우롱 개발에 진심인 루피시아라면 언젠가는 중국 여지의 맛과 향을 그대로 담은 리치우롱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럼, 리치우롱은 여기까지.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