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신년사

신년사를 써보겠다고 오랜만에 하얀 화면을 눈 앞에 띄웠습니다. 이런 글은 미리 써두었다가 1월 1일 새벽에 올려야 한다고, 그게 정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언제나 늦은 신년사는 민망하기만 합니다. 그래서인지 선뜻 무언가 써지지가 않습니다.

전년도의 송년사를 잠시 겸하여 시작해보겠습니다. 2012년 송구영신예배의 2부 행사를 준비하면서 진지훈PD는 이런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나에게 2011년은 ㅇㅇㅇ였다. 2012년은 ㅇㅇㅇ이길 바란다.” 이 빈칸을 채우면서 과연 나에게 2011년은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지난 2011년은 은혜의 시간이었고, 축복의 시간이었고, 새로이 눈을 뜨게 된 한 해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슬픈마음으로 한국에 돌아왔고, Bitter Sweet이라고 밖에 표현 할 수 없는 두 달간의 서울에서의 백수 생활이 있었고, 전문연구요원으로 회사에 취직을 한 기쁜 순간도 있었으며 회사생활의 어려움과 저의 한계를 매 순간 마주보고 사는 일에 익숙해져야 했었습니다. 논산에서의 4주 훈련, 낯선 환경에서의 홀로서기, 재정적인 독립의 과제 같은 어려운 숙제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나의 실력이 아닌 축복의 결과로 무사히 통과되고 채워지고 또 나 스스로가 깎이고 다듬어지는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그저 놀랍다는 생각만 들 뿐입니다. 사실 지금도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얼떨떨하기만 하고 꿈같습니다. 제 주변으로 붙여주신 많은 분들, 2011년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감탄하고 감동하고 끝없이 도전을 받은 해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확실히 밝혀두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2011년은 새로운 발견의 해였습니다. 나의 모습을 새로이 발견하고,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새로 발견하고, 내가 변화될 수 있는 모습들을 기대하고 바라보며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발견하는 놀라운 해였습니다. 2012년은 어떤 해가 되기를 바래야 하는 걸까요.

2012년의 첫 순간, 첫 기도를 이렇게 했습니다. “2011년의 은혜에 감사합니다. 2012년에도 이 은혜가 끊이지 않게 해주세요.” 아직은 2011년에 발견한 많은 것들이 내 안에 정착되고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이기에 익숙해지고 성숙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연습의 기간에 들어서려니 아직은 두려운 마음이 훨씬 컸던 것 같습니다. 엄청난걸 시작은 했는데 본디 내 능력으로 감당할만한 스케일을 훌쩍 뛰어넘어버려 이거 앞으론 어떻게 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 그런 심정이었을까요. 아무튼 저의 첫 기도는 그랬습니다. 그리고 2012년은 기쁨의 훈련이 되기를 바랬습니다.

창세기 28장은 저에겐 조금 특별합니다. 아니, 기독교인 유학생들은 아마 다들 그렇게 느낄 것입니다. 동생인 야곱은 형의 축복을 가로채어 도망치듯 집을 나와야 했으며 에서는 그런 동생을 보며 또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그리고 알몸으로 세상과 마주친 야곱은 헐벗은 마음으로 길가에 버려진 돌을 베고 노숙을 합니다. 유학 막바지에 겪었던 감정이 그런 감정이었습니다.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누워있는 걸까. 난 누구지? 여긴 어디지? 하는 그런 막연한 서러움 같은 것 말입니다. 그때의 그 서러운 자리에서 야곱은 꿈에 엄청난 축복의 말을 듣습니다. 그리고 베고 있던 돌을 세워서 그것으로 그 서러운 자리를 놀라운 축복의 자리로 기념합니다. 2012년을 시작하며 제가 받은 말씀이 바로 창세기 28장 15절입니다. 이제 마음 놓고 2012년을 본격 실전 훈련의 해로 삼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2012년의 키워드는 바로 훈련입니다. 2011년에 발견한 많은 새로운 시도들에 대해서 혹독한 필드트레이닝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가장 굵직한 녀석들을 공개하자면 작년 말부터 진행되고 있는 다이어트는 물론이고 패션감각을 기르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이 될 것이며 기예를 갈고 닦기 위해 베이스연습을 밴드활동이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입니다. 또한 작년 한 해 동안 거의 하지 못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여 습작 세편 이상을 완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레몬가게 홈페이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텍스트큐브의 판올림을 고려하여 디자인 리뉴얼이 한번 있을 예정이고 글쓰기를 다시 시작함에 따라 컬럼과 같은 느낌의 글들이 꾸준히 포스팅 될 것임을 약속하겠습니다. 싸이월드로의 홈페이지 이전이 완료되어 홈페이지에서의 포스팅이 본격화 되었던 2002년으로부터 10년이 지난 2012년인 만큼 새로운 성장을 이루어 낼 것입니다.

이미 1월 1일부터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시작이 되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작심삼일도 일년에 120번이면 360일이 됩니다. 존경하는 지인 여러분들의 끝없는 피드백을 통해 2012년을 훈련으로 꽉 찬 한 해로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올 한 해도 사랑의 잔소리 많이 해주시기 바랍니다.

레몬가게를 방문해 주시는 모든 분들이 2012년 한 해 큰 축복과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