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여름이라 하기엔 조금 어색한 계절이 되었다. 그래도 비라도 오는 날엔 습도가 확 오르고 낮시간엔 바람이 없으면 여전히 땀이 나는 때이기도 하다. 말인즉, 아직은 아이스티의 계절이라는 거지. 그래서 오늘은 <아직은 끝나지 않은 아이스티 특집> 아마도 마지막 편 퀸즈 머스켓 우롱을 마시도록 하겠다. 모모우롱이 인지도가 조금 더 있는 편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아는 사람들은 또 다 아는 자매품이 바로 이 퀸즈 머스켓 우롱. 몰랐는데 주문하면서 보니 모모우롱과 머스킷우롱 둘 다 아이스티 추천이다. 암튼 고인물피셜 이건 꼭 먹어봐야 해 리스트에 포함된 차. 보부상님께 주문을 부탁드려 행낭에 담았다. 50g 봉입으로 1150엔으로 가격이 제법 나가는 편이다. 왜냐면 무려 문산포종이 베이스니까. 상미기한은 1년이다.

일부러 진공을 한 건지 안에 있는 토핑이 공기를 먹으면서 산화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불 압축팩만큼 압축력이 좋다.

아마쿠 코우키 니 카오루, 부도 노 조오 마수카또 오브 아렉끼산도리아 오 이미지 시따 죠시쯔 나 따이완느 우롱 차 데수

달콤하고 고귀한 향이 나는 포도의 여왕 머스켓 오브 알렉산드리아를 이미지 한 질 좋은 대만 우롱차임다

그래 머스킷 하면 바로 이런 향이 맞지. 여기엔 상질 우롱차라고만 나오지만 홈페이지 설명에 보면 문산포종을 사용했다고 한다. 문산포종이 좋은 우롱차냐고 물어보면 간단히 그렇다고 할 수 있겠는데 자세한 건 다음 기회에 알아보도록 하자. 암튼 좋은 거 맞음. 생각해 보면 다즐링 퍼스트를 썼던 백도자스민 가격까진 아니지만 모모우롱보다 높은 가격이잖수. 하지만 우리는 방법은 똑같이 150ml 기준 열탕에 1.5~2분이고 차는 2.5~3g으로 나온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부탁드립니다. 찻잎은 넉넉히 6g 이상 더 넣으시고 물은 한 김 살짝 날려서 90도 조금 아래로 첫 탕은 40~50초로 시작해서 15초씩 늘려가면서 5번쯤 찻잎을 쭉쭉 다 뽑아서 드시길. 물론 우롱차 좋아하고 자주 마시는 분들은 본인만의 온도와 양과 시간이 있으실 테지만 내가 생각하는 시작점은 대략 저 정도이니 참고. 특히나 문산포종은 발효도가 강하지 않아서 조금은 낮은 온도와 조금은 짧은 우림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백자 다하 오천원주고 겟또. 

포장이 큰 편이고 (루피시아의 은박은 사이즈가 세 종류쯤 되는 거 알고 계십니까) 그에 맞게 큼직한 찻잎들이 살아있다. 게다가 쭈글쭈글했던 건 진공포장이라도 한 듯. 돈값하네. 우롱차들 사이로 녹색의 청건포도가 들어있다. 큼직한 게 젤리 같고 아주 믿음직스럽다. 홈페이지 설명으로는 23년 6월 생산부터는 (지금 이거) 토핑의 종류가 바뀌었다고 하는데 전에는 청포도 아니고 그냥 건포도였던 것 같다. 기록을 안 해놔서 정확하진 않음.

오른쪽 아래 잔에 있는 게 10초 미만으로 짧게 세차한 것. 왼쪽 위가 우려낸 차를 잠시 담아두는 공도배. 세차한 물은 다구를 데우기 위해 버리기 전에 공도배와 잔을 거쳐서 버린다.

6g, 150ml, 90도 같은 85도에서 40초. 우려 보았다. 그전에 한 5초~10초 사이로 짧게 우려서 0번째 탕은 버렸다. 이걸 세차, 혹은 윤차라고 하는데 찻잎을 깨워주고 먼지 좀 떨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첫 탕을 따라내자 가향이 저 멀리서도 폴폴 너무 향긋하고 그래 머스킷이 이래야지 싶고 그야말로 극락이다. 문산포종 베이스 너무 좋고 특유의 향이 싹 올라온다. 머스킷이 워낙 진하고 달달한 향이라 베이스가 따로 느껴질 줄은 몰랐는데 기대 이상이다. 감탄을 거듭하며 마시다가 어느덧 4포째가 되었는데 가향은 많이 씻겨나가고 은은하게 난향이 난다. 킁카킁카 허버허버 마시다가 이제서야 좀 평안이 찾아왔다. 그렇게 느긋하게 마시고 있는데 식어가면서 다시 살아나는 머스킷 가향. 어디까지 갈 거니. 5포까지 성공이었고 6포째는 좀 맹맹했다. 그렇다고 해도 내포성은 정말 상급이긴 하다.

영롱한 노란빛

3g, 150ml, 85도에서 1.5분 우려서 급랭을 해봤다. 아내와 같이 마실 거라 좀 연하게 맞춰봤는데 가향도 베이스도 워낙에 풍부하다 보니 은은하되 밍밍하거나 흐릿한 느낌은 전혀 없다. 대부분의 차를 쓰거나 떫다고 하는 아내도 너무 좋다며 다음에 또 해달라고 먼저 말할 정도. 회사에서는 티백에 5g, 120ml, 85도가량으로 1.5분 우린 뒤에 얼음을 부어서 마시는데 간편하고 맛있는 아이스티의 정석이다. 말한 대로 내포성이 좋아서 티백을 건져냈다가 다시 해봐도 3번은 거뜬하다. 4번째는 물론 밍밍하긴 하지만.

보석 같은 젖은 청건포도

한 번은 실수로 80ml 개완에 5g을 넣고 마신적이 있는데 이건 좀 곤란했다. 넘쳐나는 미역처럼 개완 안에선 차가 뚜껑을 열려고 하고 물은 꾸역꾸역 넣어서 겨우 70ml 들어갔을 뿐이고 너무 진해서 맛을 해칠 지경이었다. 부랴부랴 얼음을 잔뜩 떠와서 그야말로 급하게 급랭을 만들어서 마셨다. 재탕까지 핫티로 어떻게든 마셔봤고 그것도 뭐 나쁘진 않았는데 과유불급 과유불급. 아이스티 만드는 것도 개완에 우려서 급랭은 처음인 데다 몇 번이고 마시고 또 마셔도 계속 우러나와서 웃기고 재밌긴 했는데 얼음컵을 리필만 두 번을 한 것 같다. 충분한 찻잎과 때려 넣는 찻잎은 구분하도록 하자.


말한 대로 회사에서는 5g 티백을 만들어 하루종일 아이스티로 마시는데 주로 오전 회의 들어가기 전에 만들어서 들고 들어간다. 맛있으니까 당연히 회의 초반에 다 마시기 마련인데 워낙 향이 좋다 보니 옆에서 다들 힐끔힐끔 찻잎만 남은 빈컵을 보곤 한다. 머스킷의 근본, 알렉산드리아 머스킷의 놀라운 향을 고스란히 담은 그야말로 머스킷 가향의 근본인 퀸즈 머스킷 우롱. 아니 근데 왜 기본 머스킷 홍차 버전은 도대체 왜왜왜왜 그렇게 멍청이가 된 거냐구요. 앞으로 머스킷은 이쪽으로 갈아타야겠다 생각하면서 오늘도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