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가 써놓은 글들이 뭐였더라. 싶어서 싸이를 뒤적거리는 경우가 있다.

전에 내가 써놓았던 에쿠니 가오리에 대한 레퍼런스가 필요해 싸이를 다시 뒤져보았다.

2004.05.17 21:52 에 쓴 ‘에쿠니가오리’ 라는 글.

하루키를 봐주기엔 너무 마음이 지치고

류의 상상속으로 들어가기엔 체력이 딸리고

바나나를 읽기엔 무언가 더 깊은것을 갈망하게 되는 날이 있다.

그런날엔 에쿠니의 글을 읽는다.

아무런 준비없이 그냥 풍덩 뛰어들어도 심장마비 걸리지 않을정도의 적당한 온도와 무심코 지나가면서도 충분히 볼거리가 있는 무뚝뚝한 배려.

그런데도 가다보면 군데군데 보이는 징검다리와 난간들이 마냥 행복하게 해주니까..

가오리의 소설은 그런거다.

이를테면 무언가 맛있는것을 먹고는 싶은데 직접 해먹기엔 귀찮고 시켜먹기엔 재미없는 그런 애매한 상황에 누군가 차려준 메인디쉬같은거.

나에게 가오리는.. 그런 친절한 영양주사 같은것 이었다.

2004.11.25 06:34 에 쓴 ‘에쿠니 가오리’ 라는 글.

200409170261-Comorebee-Ramparound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고르라고 질문하면 나는 그만 할말이 없다.

가장 좋아하는, 이란 단서는 한 사람만을 골라야한다는 조건을 포함하기에 나는 그만 고민에 빠지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 꼭 한사람을 꼽아야 한다면..

20대의 난 에쿠니 가오리를 주저없이 꼽을것이다.

에쿠니 가오리. 위의 사진은 한국의 출판사에서 그녀의 책을 낼때마다 사용하는 사진.

처음 그녀의 글을 읽고나서 이 사진을 봤을때 난 반해버렸다.

이쁘지 글잘쓰지.. 세상에.

물론 지금이야 이 사진이 심히 연출인것을 알고있고 – 그렇다 쳐도 젊었을때의 그녀는 정말 이뻤을꺼라고 생각한다 – 이런 저런 이유로 더이상 그녀에게 반해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난 그녀를 동경한다.

일본에가면 만나보고싶은 사람 1순위.

친하게 지내고싶은데. 흠.

그녀의 표현을 나는 정말이지 사랑한다.

한문장 한문장의 감정표현이 정확히 내 호흡을 이끌어간다.

실제로 난 그녀의 글을 한번에 다 읽을 수 없는데 책에 완전히 호흡을 빼앗겨서 더이상 견딜수가 없기때문에 한 장(章) 이 끝날때면 잠시 책을 덮고야 마는것이다.

심장박동수.. 주파수가 완전히 일치되는 글..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어 끙끙거렸던 그 감정들을 그녀는 너무도 부드럽게 표현해내고야 만다.

그럼 난 아… 으… 해가면서 파르르 떠는수밖에.

이것이 굳이 에쿠니 가오리를 일본 최고의 작가! 라고 내 멋대로 인정해버리는 가장 큰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