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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저의 지인은 스타벅스 현금카드를 소지하고 있습니다. 그냥 소지만 하고 있는것이 아니라 참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충전하기가 무섭게 금방 사용하고 말지요.

된장남카드
스타벅스의 충전식 현금카드
우리는 서로 농담삼아 이 카드를 ‘된장남 카드’리고 부르고 있습니다. 어느새인가 신조어가 되어버린 된장녀, 된장남. 그 된장남녀를 이미징할때 빠지지 않는것이 바로 커피전문점에서 테이크아웃한 커피인데요, 오늘 흐린날씨에 커피한잔을 내리면서 커피와 된장남녀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커피전문점 커피를 마시는것과 요약정리하자면 ‘외국의 문화를 무조건적으로 동경하며 자기 수준에 맞지 않는 소비를 일삼는 일부 여성’을 지칭하는 된장녀가 도대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걸까요? 아니, 상관 관계가 있기는 한걸까요? 별것도 아닌 소재에 대해 쓸데없이 심도있게 고찰해보는 레몬가게의 하찮은 문화연구. “어이! 이왕 올꺼면 화이트 초코렛 모카라도 한잔 뽑아오시지! 그란데 사이즈로 말이야!!”

<커피이야기>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음료에는 크게 세가지의 분류가 적용됩니다. 에스프레소계열과 Brewed(흔히 말하는 원두커피)계열, 그리고 기타음료의 세 계열입니다. 이중 각종 차나 쥬스, 쉐이크등의 커피가 아닌 음료는 오늘의 논점과 큰 연관이 없으니 따로 떼어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린티 프라푸치노, 바나나 프라푸치노등의 인기 메뉴들 몇개가 떨어져 나가는게 좀 아쉽긴 하지만 오늘은 어디까지나 커피와 된장문화 이야기니까.
원두 콩의 종류에 따라, 그리고 그 콩을 볶는 과정(로스팅)에서 줄수 있는 수 많은 변화에 따라 그 커피의 맛은 변하고 또 변하게 됩니다. 거기에 블랜딩(이것저것을 섞는것)을 통해 더욱 다양한 커피를 만들수 있게되니 커피의 세계는 참 무궁무진 하다 하겠습니다. 어느 산지의 어느 원두를 어떻게 볶아 블랜딩 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커피를 끓일것(내릴것)인지도 달라지니 요즘들어 알려진 ‘바리스타’들의 전문성은 정말 하나의 전문직종으로 인정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커피는 마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설탕이나 프림등의 각종 첨가물이 더해지지요. 종종 인스턴트 커피와 뭐가 다르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만 조미료 국물과 고기 국물은 당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뭐 인스턴트커피가 조미료만큼 ‘가짜’는 아닙니다.)
다시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메뉴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Brewed 커피는 이러한 커피를 뜨거운 물로 우려내는 방식입니다. 보통의 커피메이커가 바로 이런 방식에 해당되겠습니다.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바리스타들이 열심히 주전자를 돌려가며 커피를 내리던 방식(핸드 드랍)도 이것과 같은 원리이지만 일괄적인 기계와는 그 전문성에서 차이가 아주 크겠지요?
에스프레소 머신
에스프레소는 '에스프레소 머신'이라는 기계를 이용해 커피를 뽑아냅니다.
에스프레소의 경우는 커피를 ‘에스프레소 머신’에 넣고 증기로 짧은 시간안에 압착해 짜내는 방식입니다. Brewed에 비해 양은 적지만 훨씬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얻게 됩니다. 이것에 각종 크림이나 우유, 시럽등을 섞어 우리가 아는 라떼니 모카니 프라푸치노니 하는 음료를 만들게 되는 것이지요. 흔히 ‘아메리카노’를 Brewed방식으로 내린 커피로 많이 오해들을 하시지만 에스프레소를 뜨거운물로 희석시킨 커피랍니다.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커피는 흔히 생각하던 뜨거운물에 커피넣고 휙휙 돌리면 되는 그런 커피와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이 정도면 어째서 커피전문점의 커피가 몇천원의 단위가 되는지 충분히 설명이 된듯 합니다. 물론 가게마다 가격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가격대가 형성되는데엔 다 저런 노동과 수고가 들어간 과정이 있었음을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 이러한 음료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이 다방으로 시작해 커피자판기로 이어지는 문화였기에 어찌보면 커피전문점이란 생소한 문화가 이질감을 일으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된장문화를 운운하기 이전에 이러한 음료시장에 대한 이해가 우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조금 길게 커피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된장남녀>
‘된장녀’에 대한 어원설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제가 가장 유력하게 믿고있는것은 ‘그래봐야 토종’이란 의미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입니다. 제가 한참 영어공부를 하던, 그러니까 된장녀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기 1,2년 전부터 ‘어쩔수 없는 한국사람’이란 뜻에서 “그래봐야 우린 된장”이란 이야기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여러가지 다른 의미로 변조되고 계속 불려옴에 따라 결국 현재와 같은 뜻의 된장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것은 하나의 비판 대상으로 ‘된장녀’ 혹은 ‘된장남’을 이야기할때 서구문화에 대한 맹목적 사대주의, 겉치례를 중시하는 물질 만능주의, 더 나아가서는 심각한 천민자본주의적 가치관을 그 특징으로 지적하고 있다는데에 있습니다. 너무 어려운 이야기 인가요? 아주 쉽게 말하자면,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들과 같은 브랜드를 입고 먹고 마시며 그것이 마치 가장 세련된 뉴욕의 최신 스타일이라 생각하는것 (사대주의) 그리고 그렇게 하는것이 자신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고 믿고 그것이 인생의 목적이라 생각하는 (물질 만능주의) 사람들을 된장남녀라 부르고 그들은 그러한 사상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구분짓고 레벨을 나눈다는 이야기 입니다. 심지어 자신의 푼수가 실제 남들보다 월등히 나은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래서 이 된장남녀가 커피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구요? 그러게 말입니다. 도대체 무슨상관이 있는걸까요. 아하, 우리가 흔히 세련되었다고 생각하는 외화속의 그들이 항상 손에 들고다니는 그것. 바로 커피전문점의 커피로군요. 된장남녀들에겐 이 특정 회사의 종이컵이 하나의 악세사리로 여겨집니다. 이미 음료와는 별개의 문제로군요. 여기에서 본격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커피, 음료인가 악세사리인가>
여기 커피가 한잔 있습니다. 어떤이
에겐 이 커피가 적량의 에스프레소와 스킴밀크, 휘핑크림과 캬라멜 시럽이 얹혀진 맛있는 커피이고 어떤이에겐 이 커피가 그저 다른것보다 비싼, 누구에게 보여주어도 이것이 다른것보다 비싸다는걸 한눈에 알릴 수 있는 고가의 음료입니다. 전자의 경우 커피시장의 한 소비자이고 후자의 경우 소비자임과 동시에 된장남녀입니다. 즉, 커피전문점의 테이크아웃 커피는 된장남녀가 되기의 필요조건일 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너무 뻔한 결론인가요?
이렇게 긴 장문의 결론이 “*다방 커피 들고있다고 다 된장남녀는 아니야!” 라니 조금은 허탈하기도 하겠습니다만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입니다. 이 뻔한 사실을 인터넷이라는 환경으로 가져가면 모두가 흥분한 채 착각한다는 것이지요. 확실한 실험은 아닙니다만 특정 회사의 컵을 들고 거리를 걷고있는 손을 사진찍어 인터넷에 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된장녀니 된장남이니 떠들것이라 예상합니다. 앞서 잠시 이야기 했지만 저는 이 원인을 음료시장에 대한 몰이해와 애석하게도 분명하게 실제하고있는 문화적 사대주의자들의 존재에서 찾습니다. 음료시장에 대한 몰이해는 “왜 꼭 그런 커피를 마셔야하나, 도대체 그 커피와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가 뭐가 다르다고.” 와 같은 의문을 만들고 문화적 사대주의자들의 존재는 그 의문에 대한 아주 손쉽고 간편한 대답이 되기에 서로 맞물려 “된장남녀라 맨날 저거 사마시는구나.” 라는 명제를 도출하게 되는것이지요.
된장인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한 장면. '된장녀 영화'로 낙인찍힌 이 영화에서 저 상표의 커피는 '된장녀 공식음료'인양 등장한다. 근데 저거 마시면 된장녀가 되는거야? 그건 아닌거 같은데?
사실 저는 ‘커피 프린스 1호점’이라는 드라마에 상당히 감사한 마음을 갖고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차를 더 좋아하긴 합니다만 음료시장의 발전이란 점에 있어서 커피시장과 홍차시장의 발전은 함께 가고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커피시장의 발전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지요. 더욱이 드라마 방영 이후에 음료시장에 대한 이해가 한층 성숙해졌다는데 있어서 참 고마운 드라마이지요. 이러한 이해에 힘입어 ‘****커피 들고있으면 된장녀” 같은 논리는 예전에 비해 조금 줄어든것 같습니다. 음료시장에 대한 이해는 이렇게 음료시장이 발전해 나가면서 점점 개선되리라 생각합니다. 한편으론 소비자들도 소비패턴에 있어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외국기업의 커피가 입에 더 맞는 소비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정말 자신의 입에 맞는 커피를 찾아 소비하는것도 소비자 입장에서 저런 오해를 줄이는 방법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산 브랜드의 시장확대는 국내 음료시장의 발전에 가장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잘 볶은 커피가 맛있는 커피”입니다. ‘***커피니까 맛있는 커피’라는 편견은 정도가 다를 뿐이지 그 브랜드에 대한 사대주의나 다름 없습니다. 자칫 오해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제 이야기를 다시 요약하자면 특정 브랜드를 안마셔야할 이유는 없지만 이유없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된장녀 브렌드로 인식되고있는 모 회사의 에스프레소 수준은 (한국의 경우가 특히 심하지만) 정말 엉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커피’라는 음료가 좋아 그곳을 찾으신다면 다른곳도 한번 가보세요. 맛없고 비싸지만 이름은 유명한 상표를 고집하는것은 된장문화와 일치합니다.
<커피는 음료일때 의미가 있다>
글을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커피가 한잔 있습니다. 당신에게 이것은 들고다니기 ‘간지나는 아이템’입니까 아니면 어느 회사에서 만든 어떤맛이 나는 ‘음료’입니까? 오늘은 근처 커피전문점에 들어가 습관적으로 주문을 하기 전에 천천히 메뉴를 한번 살펴보는건 어떨까요?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메뉴가 무엇인지, 나에겐 이 한잔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며 천천히 마셔보는것도 한잔의 소중함을 더욱 크게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PS. 그나저나.. 한국 별다방에 ‘유보라’라는 원두블랜딩 들어 왔나요? 저 요즘 그거 참 맛있게 마시고 있어요!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