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보고 있다.
집정리하고 청소하다가 축구 앞부분을 조금 놓쳤다. 대형 TV로 홈팀 경기를 보는 재미가 정말 쏠쏠하다. 아내는 아주 일찍 잠든지 오래. 함께 축구를 보는게 가장 좋긴 하겠지만 아내는 축구를 보지 않으니 이쪽이 물론 축구를 보기엔 편하다. 하지만 축구 좀 맘 불편하게 봐도 상관없으니 아내의 체력이 좀 더 올라와줬으면 한다. 어제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오늘도 셀원들이 집에를 들렀으니 이래저래 피곤하긴 했을테다. 그래도 이렇게 까지 힘들어할 일은 아니지 싶긴 해서 많이 걱정이다.
요즘 고민하는 세 가지가 있다. 도처에 널려있는 여성혐오, 마조히즘/세디즘에 가까운 (극우)기독교 윤리 사상, 순수한 의도가 용납되는 범위이다. 이 모든 문제가 정체성, 자존감의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생각 중이다. 늘 이야기하지만 남은 21세기는 정체성과 자존감이 인류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리라 생각한다. 물론 올바른 자존감은 타인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진다는 전제 하에서이다.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는 생각인데, 확신은 들지 않는다. 자기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여성혐오는 내가 남자라는 이유로 무언가를 강요당하고 싶지 않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여자라는 이유로 무언가를 강요당하는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고, 그냥 말이 안되니까 빡치는 부분도 상당부분이 있다. 여성혐오에 대한 나의 반발은 그러니까 좀 이기적이다. 세상의 이타심을 요구하는 이기심.
기독교의 윤리 사상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도 이와 같다. 그 어디에도 용서와 사랑이 없는 그런 교회는 나도 다니고 싶지 않다. 공의를 이야기해야 할 지점에선 사랑을 이야기하고 사랑을 이야기해야 할 부분에선 율법을 이야기한다. 심지어 율법 밖에 있는 자들에게 더 혹독하게 율법을 적용한다. 나는 사랑과 정의를 위해 교회를 다니지 정죄와 착취당함을 위해 교회를 다니지는 않는다.
순수한 의도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 순수한 의도로 나에게 가해진 많은 공격들을 나는 잊을 수 없다. 나 또한 그렇게 많은 실수를 하고 있고. 나에게 좋았던 것이 남들에게도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을 잊고 또 잊는다. 타인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끼쳐서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태도. 이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이 또한 조금 더 생각해볼 문제다.
지난 금요일 탄핵안 가결을 두고 아내는 거의 처음 겪는 승리에 대해 매우 감격했다. 이 승리를 이어갈 방법 또한 고민중이다. 일상의 작은 승리들을 이어갈 방법.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지점이 아닐까.
계속해서 이런 문제를 생각하고는 있지만 지금은 그저 소세지를 먹으며 첼시 경기를 볼 따름이다. 어쨌든 난 오늘의 이 시간을 즐길것이다. 아내는 언제쯤 깨워야 할까. 저녁도 못먹었는데.
게다가 정규리그 9연승에 최근 10경기 9승 1패라니 이 아니 좋을쏘냐.
휘슬과 동시에 울리는 blue is the color. 너무 좋다.
결론이…ㅠㅠ 남편님도 주말엔 저를 절대 깨우시지 않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