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월요일 아침에 있었던 이야기.
우리학교 버거킹에는 유명한 아저씨가 있다.
사실은 몇 인터네셔널들한테만 유명한데..
그의 괴이한 목소리는 감히 활자로 표현할 엄두가 안나고
항상 유지하고있는 금발 콧수염 또한 심상치가 않다.
뭐 암튼.
그의 악명의 원천은 바로 막무가네식으로 주는 면박.
묻는말에 빨리빨리 대답안하면 바로 같은질문을 윽박지르듯 물어봐서
대답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심리적 위축과 함께
심한 모멸감을 느끼게 만드는 스킬이다.
예를 들자면
보통 세트메뉴를 시킬때 세트번호, 싸이즈, 음료수종류, 먹고가나 포장하나. 순으로 주문을 받는다.
허나… 우리 유학생들 (어디서왔건간) 에겐 그 질문들이 의외로 잘 안들린다.
특히나 그의 목소리는 활자로 표현 불가. 정도이기 때문에..
보통은 한번에 알아듣지 못하고 다시 묻기 마련.
그와의 성공적 대화 사례이다.
그: 이즈 뎃 인 롸인?
손님: 암고나 겟 넘버 퐈이브.
그: (단 1초의 텀도 없이) 왔싸~즈?
손님: 엄. 미듐싸이즈
그: (역시 손님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듀링? (드링크? 이다.)
손님: 콕. 플리즈
그: (역시나 잽싸게) 히와루고? (히어. 오아 투고.)
손님: 투고.
그: 퐈이브쎄브니퐈이브. (가격이다.)
여기서 손님이 단 한번이라도 타이밍을 놓쳤다고 치자.
예를들어 듀링? 했을때 못알아들으면 더 큰 목소리로 (안그래도 크다)
왓 듀링~~~ 하고 소리를 지른다.
쩔쩔매면서 대답을하면 그나마 다행. 그때도 못알아들으면
홧 두유 워너 듀링!!! 하고 신경질을 낸다.
당하는 입장에선 눈물난다.
남의나라와서 그깟 햄버거 하나 먹는데도 이렇게 면박을 당해야하다니.. 하면서.
아무튼 악명높은 녀석이다.
오늘도 아침에 간단히 버스안에서 끼니를 때우기위해 버거킹에 갔다.
역시나 그 아저씨.
벌써 일년이나 겪어봐서 더이상 그런 면박은 잘 당하지 않지만
여전히 찝찝하고 싫다.
내 뒤에뒤에 어떤 여자분이 주문을한다.
내볼때 나이는 나랑 비슷하고 국적은 한중일 셋중하나.
미국온지는 얼마 안됐다.
히와루고? 를 외치는 그놈에게 그녀는 쭈삣거리며 쏘리? 를한다.
그런 그녀에게 그놈은 또한번 히와루고? 하며 소리를 지른다.
그녀의 쏘리가 두번, 세번 이어지자
그놈은 히와루고 를 같은 속도 같은 억양에 볼륨만 두세배 해가며 재차 소리를 지른다.
발음 정말 그지같다.
결국 그놈은 유워너 잇 히어, 오아 투 고. 하고 소리를 지르며
손가락으로 여기와 밖을 가르킨다.
그녀 그제서야 오. 투고. 한다.
나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며 그놈을 쳐다봤다.
뭐 저런 4가지가.. 여전하구만. 하며.
그런데 정작 눈이 마주친건 그놈이 아닌 그녀;;
비웃는줄 알겠네.
그런 그녀대신 복수할 기회가 온것은 그로부터 3분뒤.
그놈이 또 그 이상한 목소리로 내 번호를 부른다.
나는 프린트를 보느라 모르고 있다가 두번째 불렀을때야 뒤를 돌아봤다.
그놈. 그때서야 나를 보며 내 번호를 부른다 (소리지른다)
앗. 그런데.. 뒤를 돌아보며 띡 보니 포장이 아닌 쟁반에 담겨있는 게 아닌가.
일부러 한번 더 소리지를때까지 기다렸다가
벗, 잇츠 투고. 간단히 한마디 해줬다.
그녀석. 모니터를 보더니 아까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로.
쏘리. 완전 쪼끄맣게 말한다.
그 무안한 표정.
나는 봤다. 예의 포장하던 손놀림이 아닌
굉장히 떨리는 손으로 포장하던 그녀석을.
슬쩍 뒤돌아서 예쓰. 하고 혼자 좋아해주고
뻘쭘해진 그놈을 뒤로하고 버거킹을 나왔다.
이것이 1년 넘게 당해오던 나의 찬란한 복수기이다.
짜식. 너 임마 한국와서 우리빵집 왔었어봐.
확. ㅋㅋ
ㅋㅋㅋ
완전웃겨.ㅋ 이아저씨. 나도 기억나.ㅋㅋ
통쾌했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