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te오래된 정원. 황석영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창비에서 나온 2000년 작으로 기억한다. 이때 그 뭐더라.. 황석영의 컴백이니 어쩌니 말 참 많았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당시 고3이었던 나에게 황석영은 ‘삼포가는길’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었지만.

아무튼 오래된 정원은 그 이후로 내 맘에서 잊혀졌고 그 후 ‘열한번째 사과나무’ 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지나친 제목이었다. 아무튼. 중요한건 아직도 읽어보지 못한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인데 결국 영화를 먼저 봐버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이미지 과잉. 아니, 차라리 그건 과잉이 아닌 부조리였다. 이건 다른 그 어떤 문제를 넘어서 연출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임상수감독. ‘바람난 가족’을 보던때도, ‘그때 그 사람들’을 봤던때도.. 뭔가 이질감을 감출수가 없었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느낌? 그런데 그게 뭐였는지 이제야 확실하게 알았다. 그래, 이미지의 부조리.

원작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순전히 ‘멜로’의 관점에서만 보자면 뭐랄까 ‘열한번째 사과나무’와 아주 크게 다른 맥락은 아닐것 같은데 영화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들의 연속이었다. 솔직히 줄거리만 대충 보더라도 이 영화는 다 보고나서 김윤아의 노래 ‘봄날은 간다'(봄날은 간다 OST)같은 아련하고 저리고 아쉽고 그런 맛이 있어야 할것같은데 영화 내내 느껴지는 느낌은 도무지 메치가 되질 않는단 말이지. 다른거 다 제쳐놓고 마지막 시퀀스만 보더라도 참 어이가 없다. 옥중에 있느라 존재조차 몰랐던 딸아이를 그것도 고등학생이 다 된 딸아이를 만나는 운동권출신 아버지의 심정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가벼웠던 그의 태도. 이건 연기의 문제를 떠나서 연출의 문제이다. 연기가 안되서라기 보다는 감독이 냅뒀다, 혹은 그렇게 시켰다는 느낌이 확확 든다. 뭐, 언제나 ‘쿨’한거 좋아하던 임감독님이시니까. 근데 이게 그렇게 쿨하고 말 문제냐고. 영화의 설정자체가 시대의 흐름때문에 오랜기간 헤어질수 밖에 없었던 연인의 절절한 사랑인데, 그 절절한 사랑의 어찌보면 새로운 시작이자 흔적이요, 결실인 딸아이를 대하는 그 가벼운 태도란. 이래서야 마치 어렸을때 옆집살던 꼬마아이를 만난 태도잖냔 말이지. 딸아이도 마찬가지야. “우리 자주 만나요 아버지.” 라는 그 무거운 대사를, 참고 참아 온갖 절제가 표출되는 그 순간을 어쩜 그렇게 현우씨에서 오빠로 호칭바꾸듯 읊어버리냔말이야. 이게 말이 돼?

게다가 영화 전반에 걸친 두 연인의 사랑은 쿨하디 쿨해서 가슴저린 느낌이 쥐뿔도 안난다. 저렇게 쿨한 여자가 어떻게 형살이하는 남자를 계속 기다려? 절대로 쿨할수 없는 장면에서도 예를들어 힘들어하는 현우를 지켜보며 옆에서 속앓이하며 끅끅거릴 장면에서 조차도 한선생은 매끈한 슬립차림으로 그를 ‘몸으로’덮어준다. 더 웃긴건 시위장면들. 어쩌자고 시위장면들은 그렇게 진지하고 리얼한건데. 이래서야 앞에서 보던 명백한 ‘판타지’와 연관성을 찾기가 힘들잖아. 아니. 그런 리얼에서 튀어나온 케릭터들이 그런 판타지를 만들고 있는 자체가 코미딘가? 당연히 아주 가슴아프고 진지하고 조심스럽고 애절해야할 사랑이 그렇게 가볍고 순간적인 사랑으로 표현되는 그 순간부터가 앞뒤안맞는 코미디였는지도 모른다.

당연히 난 그 격동의 시기를 모르고 자랐다. 따라서 운동권이니 뭐니 하는 시대의 흐름도, 그 안타까운 현실도 머리로만 알고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조차도 안되고있잖아. 설정으로만 알고있지 그 시대를 살고있는 그 케릭터들 조차도 까먹고 있는것같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와 이미지와 이미지. 영화가 끝나고 남은 한마디는 이것이었다.

“장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