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싸이를 꽤나 일찍 시작했다. 주변 친구들에게 싸이월드 홈피 놀러오라고 사진 올렸다고 이야기하면 “싸이가 뭔데?”라는 질문이 날아오는게 당연지사였다. 그나마 여차저차 겨우 설명해주면 “가입하기 귀찮아” 라는 대답이 돌아오는게 대부분이었다. 모두가 싸이월드 아이디가 있다면 편할꺼라고 생각한게 그때였던것같다.

2003년 여름이었나. 갑자기 싸이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주변사람들에 이끌려 싸이를 시작한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모두가 하니 나도 해야한다는 심리는 점점더 부추겨졌고 어느덧 주변에 싸이안하는 사람이 없을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게 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렸다. 서로 공감대가 있는 사람들끼리 공감하던 장소였던 싸이가 이젠 일상생활의 관계들의 확장이 되어버렸다. 친구들의 싸이에 자주 놀러가 방명록을 남기거나 리플을 남기지 않으면 그건 곧 ‘관계를 소홀히하는’ 행위가 되어버렸다. 내가 하던 싸이는 일상에선 보여줄 수 없는 내모습을 보여주는 장소였는데 그 장소에서 현실의 내가 어떤 행위를 하길 강요받게 된것이다. 의미없는, 의무적인 단순한 인사들이 오고갈뿐, 진정한 공감이, 표현과 표현이 만나는 장소는 이미 없어진지 오래였다.

물론 싸이는 또 다른 나이긴 하지만 그게 나는 아니잖아. A라는 내가 세워둔, A의 겉에서는 볼수없는 부분인 A’를 비슷한 B’ C’ D’들이 모여 공유하고 공감하던곳이 어느샌가 A’으로 존재할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것이다. 내면의 나조차 외면의 나이길 원하는 싸이로부터 난 결국 멀어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