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가 왔다.

부스럭 거리며 삐삐를 꺼내자 그녀가 고개를 돌린다.

자신을 보고있는 그녀를 한번 보고는 그는 공중전화로 갔다.

“학원좀 와라 그지야. 다음주 부터 시험기간이라서 담임있을꺼야. 땡떙이 치지말고 와. 잘있어라”

그래도 친구라고 챙겨주는 녀석도 있다.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데 그녀가 일어났다.

“나가자.. 손님 많아졌어”

우산을 챙기는 그를 남기고 그녀는 카운터의 누나에게 말을 걸고 있다.

“언니. 우리 오빠 오면 오늘 좀 일찍 들어오라고 해주세요.”

“어.. 그래 잘들어가”

내일 또 오겠다고 인사하곤 나가는 그녀를 쫓으며 그도 인사를 했다.

“저기.. 쟤 오늘.. 아홉시까지만 같이 있어줘라.. 집에 들어가는거 꼭 확인하고”

그는 이유를 알고 싶었지만 누나는 너무 바빠 보였다.

늘 그랬지만 오늘따라 그녀는 더 말을 안한다.

그는 우산을 펴고는 밖으로 나섰다. 우산이 참 크다.

“큰 우산 가지고 다녀라. 나 우산들기 싫어.”

언젠가 한 그녀의 말에 항상 큰 우산을 썼다.

허긴.. 평소에도 작은우산은 좀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