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되었는데 아직 조국 후보자의 장관 임명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 어차피 곧 벌어질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그 전에 남겨두려고 한다.

나의 개인적 슬픔은 최선도 차선도 차악도 없어진 이 판국에 어쩔 수 없이 남은 선택지 하나를 두고 마치 최고의 가치인 듯 치켜세우는 주변 분위기 때문에 한없이 깊어졌다. 지난 2, 3주간 나올만한 이야기들은 다 나온 것 같다. 성인군자 뽑자는 게 아니다, 토착 왜구가 싫어하니 답인 거 같다, 별일도 아니구먼 등등.

법적으로 하자가 없단 얘기에 짜증이 났고, 사소한 일이라는 얘기에 짜증이 났고, 인간은 원래 그렇단 얘기에 짜증이 났고, 니가 뭔데라는 얘기에 짜증이 났고, 기득권 놈들이 더 지랄이란 얘기에 짜증이 났고, 총파업 시즌에 시위 때문에 차 막힌다고 불평하던 사람들 생각이 나서 짜증이 났고, 드문드문 학교에서 보이던 취재 차량이 짜증이 났고, 보는 사람마다 학교 다니기 괜찮냐고 해서 짜증이 났고, 사법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져서 짜증이 났고, 기득권의 짬짜미에 대한 해묵은 좌절감이 다시 살아나서 짜증이 났고, 그 사람 딸은 쉽게 논문 쓰던데 너는 논문 언제 나오냐는 말에 짜증이 났고, 도대체 드러난 사실들 가운데 어디에서 그가 말하던 앙가주망을 찾아야 할지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 짜증이 났고, 어장조 어차피 장관은 조국이라 짜증이 났고, 이렇게 짜증 났던 거 떠올리는 사이에 결국은 장관 임명이 되어서 짜증이 난다.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라면 그럴 수 있다. 하물며 내가 뭐 압력을 넣은 것도 아니고 빈자리 있어서 애 좀 앉혔는데 그게 뭐 어떻냐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형이라면 그럴 수 있다. 동생이 알아서 잘 처리한다는데 나는 바빠 죽겠고 법적으로 별 하자 없이 일이 돌아가고 있어서 자세히 못 볼 수 있다. 다 그럴 수 있는 문제여서 짜증이 난다. 본인이 고백한 바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해도 그것이 기득권 유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짜증이 난다.

나의 슬픔은 이 짜증을 공유해주는 사람이 얼마 없음에서 온다. 누구보다도 법과 제도를 잘 알았던 사람이 그 법과 제도를 기득권 유지에 사용해왔다. 의식적으로 했다면 파렴치하고 인지하지 못했다면 무책임하다. 그런데 다들 아무 문제가 없다고, 왜 임명을 흔드냐고, 너는 편 구분도 못하냐고, 그 얘기만 한다. 심지어 기득권이 아니라고 해준다. 다들 콩깍지가 상당하다. 나만 짜증 나고 나만 미쳤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좌절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회의 평등이 실재했으면 좋겠다. 최소한 그런 것들을 포기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이런 말을 백날 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직접 기득권이 되어 내 기회를 나누지 않는다면 말이다. 내가 그 정도의 기득권이 될 수나 있을까? 누가 기득권자에게 그런 걸 요구할 수 있겠나. 과연 누구에게 요구할 수 있는 일일까? 한없이 슬퍼진다. 그냥 얼른 세상 망했으면. 아니, 최소한 정치인에겐 이런 거 요구할 수 있지 않나? 너무 당연하지 않나?

그래, 마침내 축하한다. 내 속은 까맣게 타버렸지만.

부디 평행우주 어디선가는 조국이 아무 축하도 받지 못하고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