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1년

ㅇㅇ누나를 만났다. 그녀는 ‘ㅇㅇ누나’다. 그 외의 어떤 호칭도 떠올릴 수 없는, 내 20대 중반의 절반 이상 지분을 줘도 이상하지 않은 존재.

같이 보낸 시간이 2년이다. 만에 하나 내 기억이 잘못되어 3년을 함께하고 10년만에 만났다 해도 뭐 그리 차이가 있을까. 사실 몇 시간 전에도 3/10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정도로 그녀의 무게감은 시간에 비해 너무나 크다.

나는 ‘어린이’이다. 그녀는 내게 그 외의 호칭을 붙일 생각이 없어보인다. 그리고 그 호칭들이 우리에겐 딱 맞는다.

11년이 흐르면서 어찌 좋은 일만 있었겠냐만 우린 행복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만남이었다. 우린 행복했기에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었고 어디가서 제 나이로는 보이지 않는 젊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적어도 겉으로 11년이란 길이를 고스란히 느낄 수 없을만큼.

어린이는 결혼을 했다. 그리고 눈보라 치던 그 밤에 델리코를 들으며 끝없이 이어지던 이야기들에 이어서 “이젠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이제 옛날의 내가 아니고 ㅇㅇ누나도 이제 옛날의 ㅇㅇ누나는 아니지만 깊어졌을 뿐 다른 곳으로 가진 않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만날 약속을 했다. 현실의 고민과 걱정은 분명 있겠지. 당장 내일이 랩미팅인걸. 하지만 그 때까지 우린 또 행복할 것이 분명하다. 그 땐 셋이 만나겠지. 젊은 우리. 벌써 기분이 좋다.